글쓴이: 김규남 / 문학박사
전라북도 언어문화 연구소
그러나 '살다봉게 이렇게도 만나내요잉', '긍게 말여, 반갑내잉'에서
'-잉'은 '알아 들었지?'의 의미가 아니다. 그 때는 '성님도 그렇지라우?'
'자네도 그렇지?' 정도로 바꾸어야 자연스러워진다. 또한 '그려잉'
'그래요잉'하게 되면 '자네 말이 맞네' 혹은 '성님 말씀 듣고 보니 과연
그렇군요'의 뜻이 된다. 즉 이 '-잉'은 확인을 넘어서서 '공감'을 나타내는
기능을 한다. 이 속에 바로 친근감이 배어 있다. '공감'을 쌓으며 말한다는
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에 어울리게 화답해 주는 상호 이해의
과정이다. 아까 그 아저씨들의 해후가 그렇게 살가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
있다고 하겠다. 정겹지 않은가, 서로의 마음을 읽어가며 화답하는 과정이.
결국 '-잉'은 첫째,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알아 들었는지를 확인하는 기능,
둘째, 당부하거나 채근하는 기능, 셋째, 상대방의 말뜻을 충분히 알아
들었으며 그 말에 공감함으로써 친근감을 전하는 기능을 한다고 정리할
수 있다. 특히 전라도 사람들은 상대방이 내 말에 공감해 주기를 바라거나
분명히 공감할 것이라고 예상될 때 '-잉'을 사용한다. 즉 '그러지잉?'하면
응당 '그려잉'으로 대답할 것을 알고 있는 경우이다. 그러나 상대가 쉽게
동조하지 않을 경우에는 '그렇지? 어쩌 내말이 맞어, 틀려?'하고 말해야 한다.
따져 묻지 않아도 될 때 '-잉'은 제 빛갈을 띠며 온전히 제 몫을 해내는
것이다. 그러고 보니 그 하찮게 보이던 '-잉'도 우리에게 중요한 언어적
장치임을 알 수 있다.
따져 묻는 것은 우리 정서에 잘 맞지 않은 듯하다. 우리 사회가 정 하나로
살아온 사회였음을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. 그래서 그런지 표준어에서
이러한 기능을 할 만한 게 무엇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. 굳이 표준어로
'-잉'을 표현한다면 '응'쯤으로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다4).
표준어 '응'의 기능 가운데 우리의 '-잉'과 같은 기능은 '대답을 독촉하거나
자기 말을 똑똑히 다질 때 하는 쓰임 즉 '고만좀히라잉 (그만 해라, 응?)'
'그러다가 다친다잉 (그러다 다친다 응?)' 등에서만 유사하다. '-잉'의 첫째
기능은 표준어로 바꾸어 말하기가 어렵다.
4)표준어의 '응'에 대한 사전적 설명에 따르면 '응'은 감탄사인데
'(1)하게 하거나 해라할 자리에 그의 물음이나 부름에 대답하는 소리,
또는 대답을 독촉하거나 자기 말을 똑똑히 다질 때 재우치는 소리.
(2)무슨 일이나 남의 말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아니할 때 불평을 나타내는
독립한 말'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.
- to be continued